Skip to content Skip to footer

국민일보: ‘거룩한 습관’ 가정예배로부터… 부모·자녀 함께 ‘눈높이 교제’

[홀리 해빗] <1부> 우리 가정이 달라졌어요

경기도 하남에 사는 김성수 윤향숙 집사 부부가 지난 1일 아들 수호군과 함께 거실에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하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1일 오후 7시, 경기도 하남 덕산로에 거주하는 김성수 윤향숙(44) 집사 부부가 아들 수호(7)군과 함께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올해 들어 수호네 가족의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은 토요 가정예배를 위해서다.

세 사람의 모습은 예배라기보다는 성경을 주제로 부부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와 소통의 시간에 가까웠다. 아이 앞에는 ‘홀리 해빗’이란 이름의 교재가 펼쳐져 있었다. 이날의 주제 문장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언제나 하나님께 무엇을 하지?” “의지요!” “그렇지. 여기 네모 칸에 수호가 ‘의지’라고 써볼까. 수호가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도 있네. 우리 당근이랑 신발부터 찾아보자.”

가정예배의 눈높이는 아이에게서 자연스레 부부에게로 옮겨졌다. 다니엘 10장 19절을 함께 읽은 부부는 ‘몸에 힘이 다 빠졌던 경험, 어떻게 다시 힘을 냈나요’라는 문장을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달에 자기가 손목을 다쳐서 수술실 들어갔을 때 예정보다 수술이 오래 걸려서 30분 늦게 나왔잖아. 그때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몰라. 또 신기했던 건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간호사들이 찬양을 불러주셨던 장면이야.”(김 집사)

“맞아. 기독교병원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병원 향하는 차 안에서 ‘피아노 선생님인 내가 다시 건반을 칠 수 있을까’ 싶어 두렵기도 했어. 아파서 기절할 것 같았는데 시편 말씀을 계속 되뇌었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니더라도 난 두렵지 않다’(시 23:4)고.”(윤 집사)

오랜 기간 예배 습관을 훈련해 온 가정의 모습 같지만 세 식구가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린 건 2개월이 채 안 된다. 윤 집사는 “수년 전 교회에서 나눠 준 큐티(QT) 책으로 가정예배를 했는데 남편과 퇴근 시간을 맞추기부터 쉽지 않았다. 결국 얼마 못 가 멈춰버렸다”고 회상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이상 가정예배를 드리는 성도는 14%에 그쳤다. 월 1회로 범위를 넓혀도 20%에 머문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자녀의 신앙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인 내가 신앙이 확고하지 않아서’(26%)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각자 너무 바쁘고 분주해서’(21%) ‘자녀의 학업, 일이 우선이어서’(16%)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다.

부부간 신앙 성숙의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신앙생활을 해온 기간이나 교회 내 봉사 참여도에 따라 신앙적 교제를 위해 가족이 시간을 정해 모이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수호네 가정도 다르지 않다. 비기독교인이었던 김 집사는 윤 집사와 결혼 후 처음 신앙생활을 경험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윤 집사도 오랜 기간 가정예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아이를 신앙 안에서 바르게 키워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결단을 이끌었다.

“남편과 숱하게 노력했지만 6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 컸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기적 같은 선물로 어렵게 수호를 얻었지요. 밥 먹일 땐 영양소 하나하나 정량으로 맞춰서 먹이고 동화책이나 영어책은 열과 성을 다해 읽어줬는데 정작 성경 말씀은 그렇게 정성을 들인 적이 없더라고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죠.”(윤 집사)

매주 토요일 가정예배 드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느 날 한 단체 채팅방 알림이 울렸다. ‘홀리 해빗 무브먼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론티어 패밀리’ 모임의 초대장이었다. 모임에선 ‘홀리 해빗’이란 이름의 도구가 주어졌다. 성경 속 다니엘이 보여주는 키워드를 청장년과 청소년, 취학과 미취학 등 세대별 눈높이에 맞게 교재로 제작한 안내서다. 21가지로 구성된 영적 키워드에는 뜻을 정함, 신뢰 구별 용기 절제 습관 끈기 기도 말씀 성령충만 침묵 시선 소망 평안 감사 겸손 배려 포용 정의 영향력 간증이 포함돼있다.

김 집사는 “복잡하거나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키워드에 맞는 공감의 글, 성경 구절과 나눔 문장, 기도로 이어지는 가이드북을 따라가다 보니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집사는 “일터와 가정 등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서로에게 터놓다 보면 평소 납득이 안 된 채 넘겼던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육아 전우’로만 느꼈던 남편에게서 새로운 기도제목을 발견할 때의 만족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며 웃었다.

시간 맞춰 한 번 모이기조차 쉽지 않은 예배가 매번 무리 없이 진행될 리 없다. 세 식구의 가정예배에서도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아이의 투정이 교제의 방해 요소가 되기도 했다. 김 집사는 “20분 정도면 마무리될 예배가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면서 “집중을 강요하기보단 아이가 원하는 종이접기 한 번이 더 깊은 은혜의 기회를 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수호 앞에서 색종이로 딱지를 접었다. 21가지 영적 키워드 중 이날 부부가 나눈 핵심어였던 ‘끈기’가 눈에 띄었다.

지난 1월부터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는 20가정이 ‘프론티어 패밀리’란 이름으로 수호네 집처럼 가정예배 습관을 세워나가고 있다. DNA 미니스트리 총괄디렉터 주성하 목사는 “어느 가정에나 일상 속 현실적 어려움은 있다”며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가정예배라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모두가 가정예배의 프론티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남=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40899842&code=23111111